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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조현병,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해야"

이영욱 기자
입력 : 
2019-05-31 17:17:40
수정 : 
2019-05-31 19:2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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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

강제입원 요건 완화해
보호자가 책임 떠맡는
현행 의료체계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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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에도 골든타임이 있습니다. 치료를 조기에 시작할수록 도움이 되죠. 정신질환은 국가 차원에서 책임지고 관리해야 합니다." 조현병에 대한 국민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서울대병원 교수연구실에서 만난 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은 '정신질환 국가책임제'를 설명하며 이렇게 강조했다.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에 대한 책임을 보호자와 환자가 떠맡고 있는 현행 의료시스템을 바꿔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2017년 이전엔 환자 가족과 의사가 동의하면 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었지만 인권 보호를 명목으로 법이 바뀌면서 보호입원(강제입원) 조건이 까다로워졌습니다. 직계가족 요청이나, 경찰의 응급입원,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장이 보호자 없는 환자를 행정입원시키는 것인데 소송에 휘말릴까봐 경찰과 지자체가 나서기는 쉽지 않습니다."

권 이사장은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행위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환자를 조기에 치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정신분열병학회 이사장 역임 당시 병명 개정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했기에 '조현병'에 사회적 낙인이 찍히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조현병은 휴정 서산대사가 지은 선가귀감이란 책에 나오는 '조현긴완(調絃緊緩)'에서 따온 말입니다. 너무 팽팽하거나 느슨하지 않게 적절히 현악기의 줄을 조율한다는 의미로, 마음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죠. 정신분열병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기 위해 병명을 바꿨는데 조현병이 살인으로 이어지는 위험한 불치병인 것처럼 알려져 안타깝습니다."

사법입원 제도 개선을 위한 국회 차원의 논의는 사실상 멈춰 있다. 윤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사법입원제를 포함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은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보호의무자 제도를 폐지하고 강제입원에 대한 결정을 사법부나 준사법기관에서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신질환자는 후견인을 지정하고 자신의 강제입원에 대해 후견인을 통해 보호받을 수 있다. 권 이사장은 환자 본인에게나 타인에게 해를 끼칠 위험(자타 위험)이 없더라도 치료 목적의 강제입원이 가능해야 적기에 적절한 치료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료계가 주장하는 것은 환자 치료의 강제입원 필요성을 인정해달라는 것"이라며 "외국에서는 정신과 의사 1명이 동의하면 우선 환자를 입원시키고 이후 (강제입원의) 적절성에 대해 검증 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빨리 '한국형 모델'을 만들면 좋겠어요.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 사법당국, 의료계, 환자 보호자, 환자단체 등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사회적 논의를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합니다."

권 이사장은 마지막으로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에 포함한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쉽게 게임중독에 빠지는 사람은 도파민 분비가 많아 같은 자극에도 쾌감을 더 느끼는데, 행위를 중단했을 때 금단증상이 나타난다면 중독으로 분류해야 한다"며 "게임 산업을 해치지 않으면서 중독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현명한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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